반 이민 행정명령 발효, 미 입국기준 논란

7/3/2017

 이슬람권 6개국 출신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제한하는 내용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지난 29일 조건부로 발효된 가운데 하와이주가 정부가 정한 입국제한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달라고 연방법원에 요청했다.

30일 AP·AFP통신에 따르면 하와이주는 이날 수정 행정명령이 발효되기 직전 데릭 왓슨 하와이 주 연방지법 판사에게 이같은 요청이 담긴 서한을 보냈다. 왓슨 판사는 이에 따라 3일까지 국무부가 세부지침을 명확히 밝힐 것을 명했다.

하와이주가 문제 삼는 부분은 미 행정부가 발표한 세부지침 가운데 ‘가까운 가족’(close family)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한 공문을 보면 국토보안부와 법무부, 국무부 등은 협의를 거쳐 미국 내에 ‘가까운 가족’이 있어야 이들 6개국 국민의 입국을 허용한다는 이행지침을 세우고 이를 미 대사관과 영사관에 전달했다.

근친 가족 기준 혼란

‘가까운 가족’에는 부모, 배우자, 미성년 자녀, 성년 자녀, 사위와 며느리, 형제재매, 의붓부모, 의붓형제, 의붓자매 등이 포함되나 조부모나 손자 손녀, 숙모·숙부, 조카, 삼촌, 아내나 남편의 형제, 약혼자 등 ‘확대’ 가족 구성원은 제외된다.

더글러스 친 하와이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하와이에서 ‘가까운 가족’이란 연방 정부가 제외한 많은 사람을 포함하는 개념이다”라며 연방법원에 이같은 요청을 한 배경을 밝혔다.

또 세부기준에는 미국에 있는 개인이나 개체와 ‘진실한 관계’(bona fide relationship)가 있다면 입국 금지 조치를 할 수 없다고 규정됐으나 이 ‘진실한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모호함만 부추긴다고 NYT는 지적했다.

현행법을 대입해보기도 쉽지 않다.

현행법상 미국인은 부모, 배우자, 21세 이하 자녀 등 ‘근친 가족’(immediate relative)의 이민 비자를 신청할 수 있으며 다른 가족 관계의 경우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미혼 성인 자녀가 1순위고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2순위, 기혼 성년 자녀가 그 뒤를 잇는 식이다.



그러나 이 기준은 이민 신청자에게 적용되는 것이어서 단순한 방문 목적인 경우에 대입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며 제소한 이민 권리 옹호 단체들은 친지 방문이나 직업상의 이유로, 또는 대학 재학이나 연설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려는 대다수 사람은 무리 없이 입국할 수 있다며 안심시켰다.

관련 부처들도 아무런 예고없이 행정명령이 발효돼 대혼란이 야기된 지난 1월과 달리 이번에는 질서정연하게 법절차가 집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 주요 공항에서 빚어진 혼란으로 비난에 시달렸던 행정명령 발표를 앞두고 “우리 직원들이 잘 준비했다”며 “오늘 밤 8시 이후에도 평소와 같은 업무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의적 해석으로 선의의 피해 예상

미 정부는 지난 1월 발효됐던 원래의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조건부 입국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수정했다.

실제로 29일 오후 8시(미 동부시간 기준) 행정명령이 발효된 이후 수 시간이 지났으나 큰 혼란은 목격되지 않고 있다.

이날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등 미국의 주요 공항에는 이민 관련 운동가들과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이 혹시 모를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대거 몰려들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오마르 자드와트 국장은 행정부 지침이 임의적 해석 여지가 있다는 점은 분명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초기 보고서를 보면 일방적으로 입국 금지 대상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보인다”면서 “특정한 가족 관계를 ‘진실한 관계’로 보지 않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런 보고서는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아랍계 이민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단체인 아랍 아메리칸 연합(AAA)의 라마 이싸 이사는 “난 조부모 손에 컸다. 이런 내게 조부모가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는 개념은 너무나 이질적이다. 또 약혼하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시리아에 있는, 사랑하는 이모와 삼촌들이 결혼식에 올 수 없게 됐다”고 행정명령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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